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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11 랭보 : 정동화, 에녹, 정휘

김나잇 2019. 4. 25. 21:53

181211 랭보

로비가 너무 혼잡해..

 

※스포일러 주의※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잘 모르겠다. 후기에서 이해가 안 된다는 말도 많아서 일부러 기대를 낮추고 갔는데도 잘 모르겠다. 나를 왕따 시키고 자기들끼리 떠드는 느낌이다. 넘버는 괜찮았는데 넘버가 없는 부분은 지루하다. 끝까지 집중하고 보려고 했는데 그래도 모르겠는 부분이 많다. 개인적으로 앉은뱅이랑 바닷가씬은 마음에 든다. 

예전에 봤던 '토탈 이클립스'가 보는 내내 떠올랐다. 디카프리오 얼굴 때문에 겨우 봤던 그 영화랑 비슷하다. 랭보와 베를렌느의 이야기니까 내용이 비슷하다는 것이 아니라 지루함과 이해불능이라는 점이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영화는 디카프리오 미모 때문에 끝까지 봤다면 이건 배우들 때문에 겨우 가만히 앉아서 봤다(자리가 중간이라서 못 나간 것도 있음..) 

아 그리고 스크린 정말 충격적이었다. 배경이 예쁘지도 않은데다가 가운데 있는 선.. 굉장히 불호였다.

 

커튼콜

 

[세 사람과 시]

베를렌느는 일단 '시'를 너무 사랑해서 완벽하게 만들고 싶어하는 느낌을 받았다. 베를렌느는 노력형인데 재능형인 랭보를 만나 기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는데 동시에 부러움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낱말이 떠다니고 자기는 거기서 끄집어내어 시를 완벽하게 쓰던 시절이 있다고 말했던 것처럼 베를렌느 본인은 이제 그게 불가능하다고 느끼는데 랭보는 가능한 데다가 자기한테는 없는 진보적임과 열정 때문에  느껴지는 부러움이 보였다. 자첫밖에 안 해서 잘은 모르겠는데 내 생각에 베를렌느는 시가 가장 잘 쓰였던 시절, 문단에서 좋은 평도 받았던 그 시절이 생각도 나고 또 그때처럼 완벽하게 자기도 만족하는 시를 써야 하는데 그게 안돼서 느껴지는 답답함+시를 썼는데 막상 결과물은 별로라서 실망한 상태+지금 자기가 쓴 별로인 결과물을 사람들은 좋아해 주고 이 해석, 저 해석 갖다 붙이면서 괜찮다 말해주니까(자기는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물을) 거기서 느껴지는 배신감이라고 할까.

베를렌느도 속으로는 파리의 문단이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있고 그랬는데 자기가 나서서 욕하지는 못하고 바꾸지도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고 살면서 점잖 떨다가 갑자기 젊고 신선하고 자기랑 반대이면서 베를렌느의 마음속에 있던 일탈을 직접 행하는 랭보를 만나니까 행복하면서 불안하긴 한 듯. 자기 힘으로 나가지 못하는 곳을 랭보라는 사람이 거기서 꺼내 주고(솔직히 자기 의지도 있음) 또 랭보가 핑곗거리가 될 수도 있으니까?

"날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랭보와 베를렌느를 볼수록 계속 아가씨의 대사가 생각난다.

 

자리가 멀어서 몰랐는데 앞열은 조명 움직이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랭보를 바라보는 베를렌느와 들라에

들라에가 랭보의 시를 과연 이해했을까?

들라에는 랭보의 시의 느낌을 알고 있던 거고 익숙했던 거지 진짜 랭보가 말하고자 하는 것까지 그렇게 깊은 해석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뜻이 뭐가 중요해. 내가 읽고 재밌으면 된거지 뭘." 랭보가 어릴 때부터 처음 시를 보여준 사람이니까 그 좋은 느낌을 알았을 뿐.

그런데 베를렌느라는 시인이 나타나면서 랭보와 베를렌느 사이에서 느껴지는 유대감에 질투가 있다고 느껴졌다. 들라에가 혼자일 때 다가와준 랭보를 너무 좋아했고(우정으로써) 다른 시인들한테 편지를 보내도 답장조차 없었는데 베를렌느는 랭보의 시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자기는 못하는 것에 느껴지는 질투도 있는 것 같다. 

 

랭보는 잘 모르겠다. 천재, 또라이, 치기 어림, 열정, 자유로움 이런 단어들이 많이 생각나는데 정말 어린 나이에서 오는 대담함이랄지 세상을 다 아는 듯 잘난척하는 행동이랄지 근데 밉진 않고 매력적이긴 하다. 

 

가장 좋아하는 사진. 폰카라서 아쉽다. 잘 찍었으면 엽서로 뽑았을텐데..
불호가 더 많은데 재연 오면 100% 볼 듯..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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