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후기 (18)
김나잇의 연극, 뮤지컬 관극일지

190207 미드나잇 [스포주의] [자첫을 늦게 한 게 조금 아쉽다..] 되게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 극이다. 보기 전에 비지터는 왜 비지터이고 맨, 우먼은 왜 맨, 우먼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다 끝나고 나서야 알았다. 비지터가 비지터인 이유는 그렇게까지 설명이 필요한 건 아닌데, 간단히 말해보자면 일단 엔카베데는 아니고 (엔카베데인 척 하는) 관객들한테 정확하게 얘는 악마다!라고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방문자라고 말하면서 관객들이 알아서 생각하라고 던져놓는 것 같음. 온전히 관객의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캐릭터다. 맨, 우먼에게 이름이 아니라 그냥 남자, 여자라고 하는 것도 이걸 보고 있는 너희라고 다를까?라고 묻는 것 같음. 누구나 대입해서 만약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

190130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스포주의] [곱씹을수록 눈물이 나는 작품] 앨빈이 엄마처럼 할로윈 코스튬을 입고 나왔을 땐 그냥 귀여웠다. 근데 앨빈에게 조명이 집중되고 디시짓이 나올 때.. 지금 극이 거의 휘발됐는데 그 장면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그 순간의 꽃앨 표정이 너무 좋았다. 잔잔한 넘버인데 전혀 잔잔하지 않았다. 꽃앨이 천천히 장례식을 회상하며 말하는데 정말 영화처럼 그 장면이 앞에 펼쳐졌다. 가사 속에서 자신은 계속 살아간다고 하는데 그 말의 의미가 뭘까 생각해봤는데. 처음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이 세상에서 그래도 어찌저찌 살아간다라는 얘기인가 했다. 그런데 아빠가 돌아가시고 며칠 뒤 앨빈이 강물에 뛰어든거 보면.. 약간 그런 거 아닐까. 앨빈이 계속 살아가게 만드는 요소들이 딱..

190124 지킬앤하이드 ※스포주의※ [홍광호=뮤지컬]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분위기를 휘어잡고 관객을 훅 빠지게 만드는 실력. 진짜 미쳤다. 홍광호 당신이 뮤지컬입니다. 정말 뮤지컬 그 자체. 어쩜 저렇게 노래를 잘 하지.. 집 가는 내내 미쳤다라는 말 밖에 못함. 더이상 무슨 수식어가 필요해. 그냥 홍광호는 미쳤어. 평생 오래오래 무대에서 건강하게 무대해주세요. 제발.. 사람들이 말하던 홍하이드의 그르렁. 진짜 홍하이드는 야수같다. 홍지킬은 뭔가 귀여운 느낌도 강하고 정말 세상 물정 모르고 그냥 순하게 공부 열심히 하면서 자란 도련님의 이미지인데 그런 도련님이 딱 하이드로 변하니까 무슨 짐승처럼 되는 거. 그 지킬과 하이드의 차이가 너무 좋다. 특히 목소리가 어떻게 저렇게 낮게 내려가는지 하이드->지킬,..

190123 풍월주 ※스포주의※ [자첫보다는 괜찮은 것 같다] 두섭열 오늘 좀 불안했다. 밤남에서도 삑사리 나고. 목이 안 좋았나? 후반부에서도 좀 아쉬웠고.... 유동담은 처음인데 불호 후기를 읽고 가서 그런가 많이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완전 호가 되어버렸다. 유동담 감정이 너무 없다는 글이 많았는데 나는 오히려 그런 부분이 오버하지 않고 편안히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저 정도에서 더 과하면 오히려 불호일 것 같은데. 그렇다고 내가 보기엔 유동담이 아예 감정이 안 느껴졌던 것도 아니라서 딱 적당한 느낌이다. 진아진성 진짜 너무 최고.. 왜 이제서야 배우님을 봤을까. 연기도 최고, 후반부에 열이한테 소리 지르는 것도 진짜 소름 돋고 너무 깔끔하고 좋았다. 진아진성 또 보고 싶다. 아니 진아진성으..

190115 벙커 트릴로지 아가멤논 ※스포주의※ [최근 본 작품 중에 가장 만족스러움] 자첫이고 아무 정보 없이 보러 갔는데 일단 입구부터가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놀이공원 입장하는 느낌이었다. 무대도 그렇고 입구도 정말 다른 시간으로 인도하는 느낌.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놀랐던 것은 아주 작은 공간과 아주 불편한 좌석이었다. 나는 B구역 B열 가운데쯤 앉았는데 좀만 더 쉬다가 들어갔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밖에 겉옷 보관하는 행거가 있는데 귀찮기도 하고 그냥 착착 접어서 무릎에 올려놔야지 생각하다가 불편한 것 같아서 행거에 걸어두고 들어갔다. 근데 정말 그때 롱패딩을 입고 들어갔다면 100% 후회였다.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이용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좁디좁은 공간은 정말 충격적이..

190110 앤ANNE ※스포주의※ [B급감성의 당황스럽지만 따뜻한 극] 역시나 아무런 정보 없이 그냥 갔다. 빨간머리 앤 캐릭터 진짜 좋아해서 기대를 많이 하고 갔는데 내가 생각한 거랑 초반부터 너무 다르게 흘러가서 당황했다. 갑자기 여고는 왜 나오고, 연극반 설정이라니 전혀 몰랐던 얘기라 과연 어떻게 흘러갈지 걱정도 됐고 기대도 됐고. 근데 정말 초반 10분은 너무.. 유치했다. 아동극 같은 느낌도 많이 나서 아 괜히 보러 왔나; 싶었는데 딱 그 10분만 견디면 괜찮아진다. 10분만 견디면 정극처럼 흘러간다. 극의 흐름도 신기하다. 나는 당연히 초록지붕 집에 처음 방문하는 앤으로 시작해서 길버트와 화해하는 내용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연극반으로 시작해서 누가 앤을 맡을 건지 노래를 부르다가 아주 자연..

190109 풍월주 ※스포주의※ [아쉬운 스토리와 캐릭터] 두섭 열은 뭐라 해야 할까 고급스러운 비즈니스맨? 일 잘하고 여왕한테 잘해주고 괜찮은데 진심이 1도 없다. 운루에서 열이가 진심으로 상대하는 사람은 담이 밖에 없다. 다른 배우들은 아직 못 봐서 원래 열이라는 캐릭터가 어떤지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내가 이번에 느낀 섭열은 진짜 어디가 갖다 놓아도 그곳에서 에이스로 일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건 아닌데 사람이 원래 일을 잘해서 에이스가 되는 격. 프로의 향기가 물씬 난다.운루에서 인기 많은 이유를 알게 만들어. 극 중에서 그래도 사담이라는 캐릭터가 가장 좋다. 캐릭터가 내 취향이라 극만 좋았으면 담이 때문에 회전 돌았을 텐데.. 후기 찾아보니까 원래 있던 담이 서사 이번에 뺐다는데..

190108 레드 ※스포주의※ [다음번엔 무조건 1층으로..] 우선 자리가 3층 오른쪽 사이드라서 되게 걱정했다. 혹시 몰라서 오츠카도 들고 갔는데 필요는 없었다. 사이드인데 무대랑은 가까운 곳이라 3층치고는 거리가 멀진 않았다. 사실 거리가 멀어서 안 보이는 게 아니라 그냥 안 보인다.. 배우가 오른쪽으로 갈 때마다 진짜 하나도 안 보인다. 켄이 옷을 갈아입는 장면은 하나도 안 보여서 오디오만 들었다. 그런데 이런 자리를 40,000원을 주고 가다니. 아무리 A석이라 해도 너무해.. 오른쪽을 보고 싶으면 무조건 수그리를 해야 하는데 옆에 앉은 관객들한테 방해가 될까 봐 슬쩍 쳐다봤는데 다들 똑같이 수그리 중이라ㅋㅋㅋ웃기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나도 안 보일 때는 수그리하다 말다가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