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극일지/-뮤지컬

190207 미드나잇 (자첫) : 양지원, 김리, 홍승안

김나잇 2019. 9. 9. 12:33

190207 미드나잇

 

[스포주의]

[자첫을 늦게 한 게 조금 아쉽다..]

되게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 극이다. 보기 전에 비지터는 왜 비지터이고 맨, 우먼은 왜 맨, 우먼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다 끝나고 나서야 알았다. 비지터가 비지터인 이유는 그렇게까지 설명이 필요한 건 아닌데, 간단히 말해보자면 일단 엔카베데는 아니고 (엔카베데인 척 하는) 관객들한테 정확하게 얘는 악마다!라고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방문자라고 말하면서 관객들이 알아서 생각하라고 던져놓는 것 같음. 온전히 관객의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캐릭터다. 맨, 우먼에게 이름이 아니라 그냥 남자, 여자라고 하는 것도 이걸 보고 있는 너희라고 다를까?라고 묻는 것 같음. 누구나 대입해서 만약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 의도처럼 느꼈다.

양지터 눈 흰자 보이면서 부라리는데 진짜 무서웠다... 2층이라 여기까지 그렇게 보진 않았는데 눈 마주쳤으면 얼었을 듯. 양지터 연기나 뛰어댕기는거나 노래 부르는 것도 참 맘에 드는데 저음이 하나도 안 들린다.. 배우가 액터뮤지션의 반주 소리를 뚫고 나와야 하는데.. 저음에서 진짜 무슨 말 하는지 하나도 못 들었음. 이게 너무 아쉽다. 
승맨 자첫인데 음... 모르겠음. 잘하는지도 모르겠고, 노래도 그냥 그렇고, 대사 연기도.. 근데 승맨이 겁쟁이, 약한 남편 연기는 참 잘하는 듯. 리우먼이 더 작은데도 이상하게 승맨의 분위기가 더 작아 보인다. 
리우먼은 초반에는 아 좀 별론가 하다가 점점 좋아졌다가 2막에서부터 최고다!! 하고 감상했음. 그리고 사람들이 왜 믿나는 2막이 찐이라는지 알겠고ㅋㅋㅋ 리우먼 소리 지르고, 화내고, 죽이고, 절규하는 장면들 다 너무 좋아서 속으로 환호했다.

초반에 우먼이 되게 약하고 겁이 많고 덜덜 떨면서 두려워하길래 아 그런가보다.. 하면서 캐에 대한 호감은 적었는데 2막에서 맨은 구석에서 쫄고있고 우먼이 비지터 때려잡는 거 다해서 너무 좋았음. 우먼이 최고다.

처음에 그렇게 두려워하던 모습 어디가고 비지터 목을 전화선으로 감고, 눈알을 뽑아버리는지. 약간 의아했는데 그 정도로 우먼한테 아버지가 엄청난 존재인가 싶음. 핀트를 나가게 할 정도로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했구나. 우먼은 ‘아아 고상하시고 멋진 우리 아버지’ 하고 있었는데 마음에 안 드는 놈이 나타나서 아버지의 실체?를 다 까발리면 확실히 빡치긴 하겠다. 자기가 모르고 있던 얘기든 알고 있던 얘기든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인데 그런 식으로 비웃고 건드리니까.

내 생각에 비지터가 그냥 악마라고 봐야할 것 같다. 그 외의 존재라면 약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확실히 있어서.
처음부터 우먼을 데려가기로 확실히 결정하고 나타나서 그들을 조롱하고, 그들의 파멸을 지켜보는 악마 같음. 그리고 우먼이 더 격렬하게 반항하면서 목을 조르고 눈알을 뽑을 때, 왠지 모르겠는데 되게 희열을 느끼는 듯한?? 역시 내가 택한 사람이야! 내 선택은 옳았어!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음.
플레이어들은 악마가 데리고 다니는 하수인, 악마를 더 즐겁게 만들어줄 쾌락같았고 결국 우먼이 마지막에 탬버린을 치는 것으로 플레이어가 된다는 느낌 같음. 비지터가 선택한 우먼은 결국 그의 곁에서 춤을 추고 음악을 연주하는 존재로 남는 느낌.

그리고 마지막에 시간이 흐르고 우먼이 자정의 종을 울릴 때. 그걸 그냥 엠알로 우리가 흔히 아는 종소리로 울릴 수도 있는데 왜 할리갈리 종으로 했을까. 약간 아쉬워했다가 오늘 다시 생각해보니까 결국 우먼이 비지터의 손에 끌려가긴 하지만 그게 오로지 비지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엔카베데 본부에 가서 밀고하고 그런 죄도 우먼한테 있잖아. 우먼이 진짜 절대 선인 착한 사람도 아니고 악마가 우먼을 선택한 데에는 우먼의 죄도 있다는 것 같았음. 그래서 남이 울려주는 종소리가 아니라 자기가 직접 자정의 종을 울리면서 이 결과에는 그의 책임도 있다는 것.

그리고 자살을 하는 맨은 얼마나 멍청하고 약한가.. 나같아도 우먼을 선택했을 듯.

초반에 가격장벽 때문에 이제야 봤는데 너무 아쉽고.. 근데 그렇다고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그렇게 많이 볼 것 같지도 않음.. 너무 비쌌어.

 

티봉예쁘다